사우디 리야드에 본부를 둔 디지털협력기구(DCO)가 온라인 허위 정보 대응을 위한 글로벌 캠페인 ‘Stop Online Misinformation: Ctrl+Alt+Delete’를 출범했다. 표면적으로는 디지털 거버넌스 이슈지만, 디지털 전환과 RE100·넷제로 전략을 병행하는 기업에겐 ‘디지털 경제의 신뢰’라는 새로운 리스크 관리 과제가 부각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캠페인은 DCO가 1년간 진행한 온라인 콘텐츠 무결성(Online Content Integrity) 이니셔티브의 결산 성격을 띤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허위 정보 확산이 사회·정치 영역을 넘어 경제·산업의 신뢰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DCO는 이를 “디지털 팬데믹”으로 규정하며, 사실보다 빠른 정보 확산 속도가 제도 신뢰를 약화시키고 정치적 양극화, 경제적 비용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캠페인은 5차 DCO 총회가 열린 쿠웨이트에서 공식 발표됐다. 특히 쿠웨이트가 의장국을 맡은 ‘온라인 허위 정보 장관위원회’ 소속 장관들이 토론에 나서면서, 디지털 규제 역량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신흥국 그룹이 먼저 규범 논의를 주도하는 모양새가 형성됐다. 모로코, 요르단, 파키스탄 등 DCO 회원국들은 “온라인 허위 정보 대응에 대한 문화·정치적 이견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경제 신뢰 회복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캠페인의 실행 구조는 다층적이다. 첫째, 각국 정부·규제기관이 참여하는 정책 대화를 통해 콘텐츠 무결성 관련 가이드라인과 모범 사례를 축적한다. 둘째, 언론·플랫폼·민간기업이 자발적 서약(pledge)을 통해 알고리즘 투명성, 팩트체크 협력,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행을 약속하는 방식이다. 셋째,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리터러시 캠페인을 병행해, 수요 측에서 허위 정보 확산을 억제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ESG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디지털 경제의 신뢰’를 독립적인 지배구조 리스크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온라인 허위 정보는 주로 정치·사회 이슈로 분류됐지만, DCO는 이를 “디지털 경제의 통화는 신뢰이며, 콘텐츠 무결성은 경제 번영의 전제조건”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기업의 기후·에너지·RE100 커뮤니케이션도 동일한 프레임 안에서 평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과장된 녹색 마케팅이나 불투명한 데이터 공개는 단순한 평판 리스크를 넘어 ‘디지털 경제 신뢰 침식’이라는 규범적 이슈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RE100을 추진하는 글로벌 공급망 기업에겐 두 가지 압력 요인이 동시에 작동한다. 하나는 재생에너지 전환·탄소감축 성과를 시장과 투자자에게 신속하게 알릴 필요성이다. 다른 하나는, 그렇게 생산·유통되는 모든 기후·에너지 관련 정보가 ‘콘텐츠 무결성’ 기준 아래 검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스코프2 배출량, PPA 체결 규모 등 숫자 하나하나가 국제 이니셔티브와 규제기관, NGO, 데이터·평가 플랫폼의 교차 검증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정책 측면에서도 방향성 변화가 감지된다. 그간 각국은 주로 플랫폼 규제, 허위 정보 삭제 의무 부과 등 사후적 조치에 치중해왔다. DCO의 접근은 다자 협력과 이해관계자 서약을 통해 ‘신뢰 인프라’를 구축하는 쪽에 가깝다. 기업에는 규제 준수 이상으로, 데이터 거버넌스·내부 검증·외부 검증이 결합된 ESG 정보관리 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흐름이다. 특히 앞으로 탄소국경조정(CBAM), 공급망 실사의무법, 국제감사기준(IFRS 지속가능성 공시) 등과 연결될 경우, 허위·부정확 ESG 데이터는 단순 정보 왜곡을 넘어 규제 위반·무역 장벽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도 시사점은 분명하다. 이미 글로벌 운용사 상당수는 ‘ESG 데이터 품질·검증 체계’를 투자 프로세스에 반영하고 있다. DCO 캠페인과 같은 국제 규범화 움직임은, 향후 기후·에너지 데이터의 신뢰도 자체를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RE100·넷제로 목표를 공표한 뒤 구체 데이터·방법론을 공개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의심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DCO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시민·정부·기업 누구나 참여 가능한 온라인 서약 플랫폼(ctrl-alt-del.dco.org)을 운영할 계획이다. 서약 내용은 아직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참여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베스트 프랙티스 공유, 글로벌 벤치마크, 평가 체계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ESG·리스크 관리 담당자들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특히 데이터·플랫폼·통신·핀테크 등 디지털 인프라 기업은 물론, 기후 데이터·탄소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후테크 기업도 직간접적으로 이 프레임의 영향을 받게 된다.
요약하면, DCO의 이번 캠페인은 온라인 허위 정보 대응이라는 기술·사회 이슈를 디지털 경제의 신뢰, 나아가 ESG 정보의 품질 문제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RE100·넷제로를 앞세운 기업 전략은 앞으로 ‘얼마나 야심찬 목표를 세웠는가’보다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공개하고 검증받는가’라는 차원에서 평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100 관점에서의 시사점
- 재생에너지 사용량, 스코프2 감축 성과, PPA·REC 활용 내역 등 RE100 핵심 지표에 대한 데이터 품질과 검증 체계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
- ‘콘텐츠 무결성’ 논의는 그린워싱 리스크를 정량·정책적으로 다루는 기반이 될 수 있다. RE100 보고·커뮤니케이션 전략은 팩트체크, 제3자 검증, 메타데이터 공개 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 글로벌 공급망 상에서 RE100 성과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유통되는 만큼, ESG·커뮤니케이션·법무·IT가 연계된 통합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이 요구된다.
NET ZERO 관점에서의 시사점
- 넷제로 로드맵과 감축 실적을 뒷받침하는 배출량 데이터, 감축 방법론, 상쇄 크레딧 활용 정보는 향후 ‘허위 정보’·‘부정확 정보’ 논의의 직접 대상이 될 수 있다.
- 국제적 감축공유제도(탄소시장), CBAM, 공급망 실사 등과 결합될 경우, 넷제로 공시 정보의 신뢰도는 규제 리스크와 직결된다. 데이터 오류·과장 보고는 무역·금융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넷제로 전략 수립 단계부터 디지털 신뢰·정보 무결성 기준을 반영해, MRV(측정·보고·검증) 시스템과 내부 통제, 외부 검증을 통합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RE100 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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